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0.9%로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 하락했으며, 업계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TSMC와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수율 문제와 미국 파운드리 공장 가동 지연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 재편과 회복 방안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삼성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하락의 원인과 경쟁 구도 변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0.9%로, 2022년 4분기의 13.8%에서 2.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첨단 공정에서의 수율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3나노 공정에서 목표 수율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수율이란 생산된 반도체 웨이퍼 중 정상 작동하는 제품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는 파운드리 업체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이다.
또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지연도 시장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2024년 하반기 테일러 공장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인력 확보와 기술 문제로 인해 2025년 이후로 가동 시점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동 지연은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게 하고,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투자 계획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TSMC는 2023년 4분기 시장점유율 61.3%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3위 업체인 대만의 UMC(7.2%)와 4위 업체인 중국의 SMIC(5.9%)가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SMIC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삼성전자는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TSMC는 첨단 공정에서의 기술적 우위와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 첨단 공정 기술 경쟁과 수율 문제의 심각성
반도체 산업에서 첨단 공정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삼성전자가 직면한 수율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도전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며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려 했으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수율은 여전히 6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8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한 TSMC에 비해 크게 뒤처진 수치이다. 이러한 수율 격차는 양산 비용과 제품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수율 문제의 심각성은 고객사들의 주문 패턴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었던 퀄컴과 엔비디아가 첨단 공정 제품 생산을 TSMC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주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첨단 공정에서의 수율 안정화가 현재 최우선 과제"라며 "기술 개발과 생산 프로세스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공정 미세화 경쟁을 넘어 혁신적인 기술 아키텍처 도입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TSMC는 보수적인 접근법으로 핀펫(FinFET) 기술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최근에야 GAA 기술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보다 공격적으로 GAA 기술을 도입했으나,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술 리더십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전략의 차이가 현재의 수율 격차로 이어졌으며, 향후 2나노, 1.4나노 공정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회복 전략과 미래 전망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첨단 공정의 수율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생산 프로세스 최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3나노 공정의 개선된 버전인 SF3E(3나노 확장) 공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율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나노 공정 개발에 있어서는 보다 안정적인 접근법을 취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초기 단계에서의 기술적 과시보다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의 성공적인 가동도 중요한 과제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가동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인력 확보와 기술 이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확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일러 공장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파운드리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미국 고객사들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한국 평택 공장의 확장과 추가 생산 라인 구축도 병행하여 글로벌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특화 공정 개발도 중요한 전략 방향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모바일 AP와 GPU 중심에서 AI 반도체, 자동차용 반도체, IoT 등 다양한 영역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인 '가우스'와 연계한 AI 특화 공정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8인치 웨이퍼 기반의 특화 공정과 같은 틈새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전략적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미래 전망은 현재의 위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율 개선과 고객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공장의 성공적인 가동과 첨단 공정 기술 개발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2025년까지 수율 문제를 해결하고 테일러 공장을 성공적으로 가동한다면, 2026년부터는 시장점유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TSMC와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확장에 맞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투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결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변화와 삼성전자의 도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위기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기술 혁신의 가속화 속에서 발생한 복합적인 현상이다. TSMC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과 중국 업체들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 강화 움직임은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도전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은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첨단 공정 기술 개발, 글로벌 생산 기반 확대,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안정적인 생산 역량을 확보한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자로서의 위치를 재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이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근 동향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이것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